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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이야기 11화] 10만 자짜리 책을 열어 보니 한 글자도 없었다

AI Pastor 사역 연구팀
2026-09-03
blog.aipastors.org 원문

도서관 탁자에 펼쳐진 두꺼운 책 — 페이지가 온전히 비어 있다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7월 하순, 저는 모아 둔 자료를 세어 보기로 했습니다. 숫자가 궁금했습니다. 세어 보니 저작 기준 78,000편이었습니다.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를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글자 수는 있는데 본문이 없는 책들

표에는 글자 수가 적혀 있었습니다. 어떤 자료는 10만 자, 어떤 것은 30만 자. 그런데 몇 개를 무작위로 열어 봤습니다.

한 글자도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글자 수를 세는 자리에 숫자가 들어 있었지만 그 안에 든 것은 읽을 수 있는 본문이 아니었습니다. 스캔한 이미지만 있고 글자층이 없는 것, 문자 인코딩이 깨져 물음표만 이어지는 것, 껍데기만 남고 내용이 비어 있는 것.

세어 보니 그런 계열이 82종이었고, 언어를 잘못 적어 둔 것이 2,697종이었습니다. 언어가 틀리면 검색이 그 자료를 영원히 못 찾습니다. 있는데 없는 것과 같습니다.

다섯 바퀴를 돌았습니다

한 번 훑고 끝내지 않았습니다. 고칠 때마다 새로운 종류의 깨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다섯 바퀴를 돌면서 매 바퀴 다른 것을 잡았습니다. 마지막 바퀴에서도 뭔가 나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규칙 두 개를 세웠습니다.

퇴출은 삭제가 아닙니다. 쓸 수 없다고 판단한 자료를 지우지 않고 따로 치웠습니다. 나중에 도구가 좋아지면 살아날 수 있고, 무엇보다 제 판단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번은 제가 "쓸모없다"고 분류한 것이 1차 사료였습니다.

측정이 놀라우면 실물을 엽니다. 숫자가 예상보다 좋거나 나쁘면 그건 대개 자료가 아니라 세는 방법의 문제입니다. 10만 자짜리 빈 책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놀라운 숫자를 봤을 때 감탄하지 않고 파일을 여는 습관 — 이게 이 두 달에서 얻은 가장 실용적인 습관입니다.

두 달을 지나 지금

돌아보면 제가 배운 것들은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 기억을 주는 것보다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게 할지가 더 어렵다 (4화)
  • 계획서를 고칠 때는 이전 것을 옆에 두고 한 문장씩 대조한다 (5화)
  • 사람의 질문이 가장 좋은 디버깅 도구다 (6화)
  • 조건을 지키는 일을 성실함에 맡기지 않고 코드가 막게 한다 (7화)
  • 검증은 지시가 아니라 대조다. 검증할 수 없는 것은 자동화하지 않는다 (8화)
  • 성공했다는 말을 믿지 않고 결과를 대조한다 (9화)
  • 나에게만 되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습관이다 (10화)

전부 목회에도 그대로 해당하는 말이라는 게, 저는 좀 놀라웠습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것

지금은 1차 자료로 누구나 연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주석서 요약을 대신 읽어 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원문과 사본, 번역과 사전, 교부와 개혁자의 글 — 그 1차 자료 자체에 질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답을 주는 것보다 어디를 보고 그렇게 말했는지를 함께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모든 연구 글에는 연구 과정이 접이식으로 함께 열려 있습니다. 결론만이 아니라 거기까지 간 길을 보시라는 뜻입니다.

혹시 비슷한 것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목회자가 계시다면, 제가 지나온 함정 목록은 이 연재에 거의 다 적어 두었습니다. 그것만 피하셔도 두 달은 아끼실 겁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연재는 목사 한 사람이 AI 연구 에이전트 팀을 만들어 온 과정을 시간순으로 적은 기록입니다. 도입이나 설치에 관해 상의하고 싶은 분은 블로그의 컨설팅 안내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