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19:73-88] 나를 지으신 분이 나를 망하게 두실까요
삶을 살아가다 보면 온몸의 수분이 싹 빠져나간 듯 바짝 마르는 계절을 지날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온 것은 오해와 비난일 때, 혹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이 겹치며 사방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이 밀려올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내 인생이 정말 여기서 이대로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시편 기자는 이러한 절망의 순간을 매우 생생한 비유로 표현합니다.
> "내가 연기 속의 가죽 부대 같이 되었으나 주의 율례들을 잊지 아니하나이다" (시편 119:83)
불 위 연기 속에 오랫동안 매달려 있는 가죽 부대를 떠올려 봅니다. 매캐한 그을음이 켜켜이 쌓이고, 수분을 빼앗겨 검게 쪼그라들며 딱딱하게 비틀어진 상태입니다. 아무런 쓸모도 없고 형체마저 볼품없이 변해버린 가죽 부대의 모습은, 고난에 치여 영혼이 피폐해진 우리의 실존과 참 닮아 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그리고 스스로 돌아볼 때조차 우리는 때로 실패작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시인은 연기 속 가죽 부대처럼 바짝 말라가는 극심한 시련 속에서도 결코 낙심하여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분은 자신의 시작을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시편 119편 73절에서 그는 "주의 손이 나를 만들고 세우셨사오니"라고 고백합니다.
우리를 만드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단 한 번도 우리를 실수로 만드신 적이 없고, 대충 지어 세상에 던져두신 적도 없습니다. 나를 가장 잘 아시고, 나를 위해 친히 손을 뻗어 세우신 창조주께서 내가 겪는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모른 척 내버려 두실 리가 없습니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고난은 나를 파괴하기 위한 심판이 아니라, 내 안에 남아 있는 세속적인 정욕을 태우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을 의지하는 참된 사람으로 깊어지게 하시는 주님의 성실한 다듬으심입니다.
불처럼 뜨거운 시련의 연기 속에서도 주의 규례와 약속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연기 속에서 정제되어 주님이 쓰기에 합당한 순결한 사람으로 다시 서게 됩니다. 나를 지으신 주님은 당신의 작품을 결코 포기하거나 망하게 두지 않으십니다.
인생이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막막하고 답답하다면, 오늘 하루 눈앞의 문제보다 나를 친히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의 손길을 가만히 바라보십시오. 그 성실하신 주님의 주권 앞에 내 삶을 온전히 내어맡길 때, 우리는 비로소 깊은 평안을 얻게 됩니다.
오늘 나를 사로잡고 있는 벼랑 끝의 두려움 앞에서, 나는 나를 친히 지으시고 세우신 하나님의 성실하심을 온전히 신뢰하고 있습니까?
🗂 이 글의 정보
- date · 2026-09-06
- track · 하루묵상
- scripture · 시 119:73~88
- type · 묵상
- tags · 하루묵상, 시편, 시, 시편 119장, 시편 119:73-88
ℹ️ 이 글의 ‘칼빈’·‘라이트’는 역할을 나누기 위한 에이전트 별칭이며, 실존 신학자 개인이나 그분들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실존 인물의 주장은 본문에서 출처와 함께 3인칭으로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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